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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수염 복강경 수술(맹장 수술) 후기 - 2부

by 유지하기 2023. 6. 21.

네 번째 전문병원 - 수술

다행히 오후 진료가 시작될 때 도착해서 빨리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의사는 혜민병원에서 가져온 검사 결과지와 CT를 보고 나서 금식여부를 확인한 후 바로 수술을 하자고 했다. 일단 코로나 검사를 한 후에 이상이 없으면 수술을 위한 사전검사로 흉부 X-ray, 심전도 검사, 혈액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충수절제술은 전신마취를 하고 복강경 수술로 진행할 예정이고, 수술 시간은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실제 수술 시간은 20분 정도이고 나머지는 회복되는 시간이라고 했다. 그리고 별 문제가 없다면 보통 2박 3일 입원을 한다고 했다.

 

난 수술 전 검사를 받고 입원 수속을 했다. 한솔병원은 간호통합병동으로 운영을 하고 있어서 보호자가 출입을 할 수 없었다. 전달할 물건은 1층에 맡겨두면 병실로 옮겨준다고 했다. 난 입원 준비를 하지 않은 채 왔기 때문에 남편에게 필요한 물품을 알려주고 혼자서 입원 병동으로 향했다.

 

4층 병동에서 수술 동의서와 무통주사 동의서를 작성(의료보험 비급여 항목)하고 간호사에게 수술 및 입원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에 5층 병동의 4인실에 입원을 했다.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또다시 두꺼운 혈관주사 바늘을 꽂았다. 이번에는 혈관을 찾을 수 없다면서 오른손 손목에 바늘을 꽂았다. 그곳은 손을 사용하기도 힘들고 바늘 때문에 손목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는데 앞으로 고생할 게 보이는 듯했다.

 

입원 후 1시간 정도 지났을 때 간호사가 수술실로 이동한다고 알려줬다. 예전에도 느꼈지만 수술실은 너무 춥고 서늘했다. 수술실로 이동하자 복강경 수술을 위해 배꼽을 소독했고 주사로 정액 마취제를 주입한 후 산소마스크를 씌웠다. 깨어보니 회복실에 누워 있는 것 같았다. 기관 내 삽관을 해서인지 숨 쉬는 게 너무 답답했다. 내가 마취에서 깬 것을 보고 간호사가 와서 자가 호흡하는 것을 확인하고 기관 내 삽관을 제거해 주었다. 목에 뭔가 가득 찬 느낌이서서 간호사에게 휴지를 받아서 뱉었다.

 

회복실에서 입원실로 이동하는 동안 정신은 말짱했고 마취가 아직 안 풀렸는지 통증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입이 말라 목까지 쩍쩍 갈라져서 힘들었는데 간호사가 입이 마르면 사용하라고 거즈에 물을 묻혀서 가져다주었다. 입이 마를 때마다 물고 있으니 도움이 되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마취가 풀렸는데도 무통주사 때문인지 움직이지 않으면 통증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를 바꾸려면 역시나 찌르는듯한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근데 가래가 계속 나와서 고통스러웠다. 기침을 해서 가래를 뱉어야 하는데 힘을 줄 때마다 수술한 부위에 찌르는듯한 극심한 통증으로 기침을 하기가 무서울 정도였다.

 

수술의가 입원실에 와서 수술이 잘 되었다고 하면서 폐호흡 운동과 걷기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 기관 내 삽관으로 폐가 쪼그라져 있기 때문에 크게 호흡을 해서 펴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회복이 빨리 된다고 했다. 수술 후 피곤해서 졸음이 몰려오는데도 불구하고 한 시간 동안 호흡운동을 열심히 했다. 하지만 걷기는 아직까지는 무리라 생각해서 내일부터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입원하기 전부터 미열과 두통이 있었는데 수술 후에도 열이 내려가지 않았다. 체온이 37도와 39도 사이를 오르내리는 고열이었지만 수술 부위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어서인지 열감은 잘 느끼지 못했다. 밤 11시쯤에 간호사가 오늘 중에 소변을 꼭 봐야 된다고 했다. 자세를 바꿀 때마다 통증이 너무 심해서 화장실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한참을 걸려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배에 힘을 주지 않으면 오히려 걷는 게 더 수월했다. 화장실에 다녀온 후 힘들게 침대에 누운 후에야 잠을 청할 수 있었다.

※ 무통주사(자가통증조절장치, PCA; Patient Controlled Analgesia) : 통증이 있을 때마다 환자 스스로 소액의 진통제를 투여하는 방법
○ 진통제를 보관하는 저장기와 환자가 누를 수 있는 버튼으로 구성
○ 시간당 2ml씩 투약되며, 버튼을 누를 때마다 0.5ml 추가로 투약
○ 한 번 버튼을 누르면 15분이 이후 다시 버튼을 누룰 수 있음(과용 방지책)

 

수술 1일 차 - 두통과 고열

입원 첫날은 잠을 푹 자지 못했다. 간호사가 새벽에도 체온과 혈압을 체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래 때문에 자꾸 잠에서 깨었다. 아침 회진 때 의사가 수술 부위를 소독한 후 이제부터는 물을 조금씩 마셔도 되고 점심식사부터는 미음으로 식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많이 먹지 말고 반정도만 먹으라고 했다. 또 걷기 운동을 열심히 하라고 했다.

 

요즘은 가스 배출과는 상관없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배에 힘을 주면 통증이 심했기 때문에 침대에서 일어나고 다시 눕는 것이 힘들었다. 오히려 걷는 것이 더 편해서 입원실 복도에서 천천히 걷기 운동을 했다. 점심으로 나온 미음을 먹고 나니 속이 안 좋고 어제부터 있던 두통이 더 심해졌다. 간호사에게 말했더니 무통주사 때문일 수도 있다며 주사액을 잠가 주었다. 걷기 운동을 한 후에 먹은 게 별로 없었는데도 대변을 볼 수 있었다. 아직은 설사에 가까운 묽은 변이었다. 그런데 무통주사를 맞지 않아도 특별히 더 통증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걷기 운동을 여러 번 했더니 점점 통증이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두통은 더 심해졌다.

 

저녁 회진 때 두통이 심하다고 했더니 두통약을 처방해 줘서 저녁 식사 후에 복용을 했다. 하지만 두통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수술 첫날은 통증 때문에 기침하기가 무서울 정도였으나 이제는 어느 정도 배에 힘을 주고 기침을 할 수 있게 되어서 가래의 고통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옆으로 눕는 것도 가능해졌다.

 

 

늦은 밤에 두통이 너무 심해서 간호사를 호출했다. 처음 호출한 후 5분이 지나도 오지 않아서 두 번째 호출을 했지만 10분이 넘어서야 병실로 왔다. 나는 머리가 깨질 듯이 너무 아파서 눈물이 저절로 났다. 간호사는 내 상태를 확인하고 의사에게 전화로 상황을 말하고 처방받은 주사를 엉덩이에 놔주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자 두통은 나아져서 잠을 잘 수 있었다.

 

간호통합병동에서는 필요한 것은 간호사에게 바로 요청을 해야 할 것 같다. 간호사가 간병인이나 보호자처럼 미리 알아서 챙겨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번거롭거나 사소한 일이라도 혼자서 하기에 힘이 든다면 미안하단 생각하지 말고 간호사를 호출하여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수술 2일 차 - 퇴원

어젯밤에 주사를 맞고 다행히 잠은 잘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체온은 37도를 넘었고 두통도 심하지는 않지만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오전 회진에서 의사가 두통과 열이 떨어질 때까지 입원해서 상태를 지켜볼지 아니면 오늘 퇴원을 할 것인지를 물었다. 난 병원에 있는 것보다 집에서 편안하게 있고 싶어서 퇴원을 하겠다고 대답했다. 의사도 퇴원하는 게 나을 거라고 동의했다. 의사는 수술 시에 충수돌기 일부가 터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염증으로 인해 열과 두통이 있는 거라고 말했다. 회진 후 1시간도 안 돼서 퇴원 수속을 할 수 있었다. 일주일분의 소염진통제와 두통약을 원내 처방받았다. 맹장수술(충수절제술)은 포괄수가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병원비에 별 차이가 없다.

 

퇴원 후 며칠간은 소화가 잘되는 음식으로 식사를 하고 배변에 별 문제가 없으면 예전처럼 식사를 해도 된다고 했기 때문에 이틀 정도는 죽을 먹기로 했다. 며칠째 죽만 먹으니 힘이 없기는 했지만 통증을 겪는 것보다 힘이 없는 편이 나았다. 집에서는 천천히 움직이고 배에 힘이 들어가는 행동을 자제하면 그다지 통증이 느껴지지는 않아서 일상생활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 포괄수가제 : 환자가 입원해서 퇴원할 때까지 발생하는 진료에 대하여 질병마다 미리 정해진 금액을 내는 제도

 

수술 일주일 후 병원 외래

배에 가스가 아직 다 나오지 않아서 아직도 부풀어 있다. 혹시 몰라 수술 부위에는 방수 밴드를 붙이고 병원 외래를 갔다. 의사가 수술 부위를 확인한 후 이제 샤워를 해도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 한 달 정도까지는 무거운 물건을 절대 들지 말고 운동도 하지 말라고 했다. 수술 후 한 달 정도 지나면 전처럼 생활할 수 있다고 하면서 한 달간은 일상생활 외에는 조심하라고 했다.

 

다행히 두통은 사라졌다. 아직까지는 걸을 때 예전과 같은 속도를 내지는 못한다. 여전히 구부정한 자세로 천천히 걸어야 되고 같은 자세로 계속 앉아있으면 힘들고 누워서 자세를 바꿀 때마다 배에 묵직한 것이 들어있는 느낌도 있고 당기는 통증도 있다.

 

 

수술 한 달 이후 현재

수술 후 한 달 정도가 지나자 예전의 속도로 걸을 수 있게 되었고 심한 운동이 아닌 경우 유산소 운동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개인마다 증상과 회복 속도에 차이는 있겠지만 수술 전과 같은 몸 상태까지는 4주에서 6주 정도는 지나야 되는 것 같다.

 

상반기에 건강검진을 받을 예정이었는데 6개월 이내 수술 이력이 있으면 내시경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게다가 대장 내시경은 수술 후 1년이 지나야 가능하다고 했다. 아무래도 복부 수술을 했기 때문에 내시경 검사뿐만 아니라 초음파 검사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연말로 건강검진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되돌아보니 힘든 상황에서 병원을 여러 곳을 가지 말고 처음부터 전문병원으로 가는 것이 나았을 것 같다. 그때는 증상만으로는 충수염이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처음 맞닥뜨린 상황에서 판단을 잘못했던 것 같다. 어차피 증상만으로는 의사나 환자도 확신을 할 수 없지만 충수염이 의심된다면 처음부터 전문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수술 후기 1부는 아래에서 확인 바랍니다.

 

충수염 복강경 수술(맹장 수술) 후기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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